그해, 여름 손님 올리버 그리고 엘리오
책 표지의 복숭아가 너무 탐스러워서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다 생각하면서도 책을 구입하게 됐다.
우연히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을 보게 되었고 그해, 여름 손님의 동명의 영화임을 알았다.
그리고 표지의 복숭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니 얼굴이 나도 모르게 붉어졌다.
영화의 시작과 다르게 책은 현재시점에서 20년전 올리버가 엘리오의 집에 여름 손님으로 방문하게 되며 시작된다.
15년 동안 여름이 되면 해마다 6주간 머물다 갈 젊은 학자들을 위해 자신의 방을 내어줘야 했던 엘리오 늘 같을 거라 생각했던 17살의 엘리오는 24살의 올리버가 궁금하고 올리버 또한 엘리오가 알고 싶다. 올리버가 좋아지는 엘리오는 그를 의식적으로 아닌 척 거부했지만 안될 일이었다. 이미 올리버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 둘은 6주간 불같은 사랑을 나누게 된다.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말한다.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p. 171
올리버는 미국으로 돌라가기 전 엘리오에게 로마 여행을 제안한다. 로마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낸 뒤 올리버를 보내고 돌아온 엘리오는 큰 슬픔에 잠긴다.
또 한번 올리버의 방문. 올리버는 자신의 결혼을 엘리오에게 알리게 되고 그렇게 그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20년 후 여름 다시 찾은 엘리오의 집. 둘은 여전히 20년 전의 그들로 돌아가 있었다.
모양은 달라도 그 안의 사랑은 하나
영화를 먼저 보고 난뒤에 본 책이라 대충의 내용은 알아도 책의 묘사가 이렇게 시적일 줄은 몰랐다.
책을 먼저 보았다면 영화가 재미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이다. 여기서 성별을 나누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설명이 되어야 하는지 너무 어렵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지는 그 순간 정말 사랑일까? 충동적이지도 않고 감성적이지도 않으며 의식적이지도 않았던 기억이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말이다.
영화를 봤을 때도 책을 읽는 동안에도 내가 엘리오가 된 듯 마음이 많이 아팠다. 엘리오는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다. 올리버도 그렇지만 엘리오에게 마음에 더 쓰인다.
10년을 봐도 모르는 사람이 있는 가 하면 하루 아니 몇분만에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둘은 그런 의미에서 소울메이트이지 않았나 싶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소울메이트가 아니면 쉽지 않을 듯하다.
어린 시절 바람둥이 첫사랑이 생각난다. 그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그때 그를 생각하면 빌리아일리시의 "Wish you were gay"가 참 내 마음 같았다. 하지만 엘리오와 올리버를 보니 그것 또한 아닌가 보다.
나의 그 또한 나의 바람처럼 그랬다면 그것도 견디기 쉬운 일은 아니였을 것 같다.
사랑이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니 말이다. 그 마음이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향한다는 것은 어떤 형태의 사랑에서든 쉽게 받아 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책은 20년 후의 둘의 만남으로 끝이 났지만 노년의 그들이 다시 만나 행복하길 바라본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 다음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내용은 엘리오 아버지의 대사다.
영화에서 그 부분을 수도 없이 돌려보고 둘의 헤어짐 보다 더 가슴이 아파 눈물이 하염없이 나왔다. 부모가 되고 보니 어떤 식의 영화를 보든 소설을 읽든 부모의 자식 대하는 모습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내가 엘리오의 엄마라면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종종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내가 아이의 나이 때를 떠올려 보며 아이를 이해할 때가 있기는 해도 사회통념이라는 관습 앞에 아무리 서양이라도 자식의 동성애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음 아픈 아들을 조심스럽게 위로하며 앞으로 있을 어려움에 대한 충고와 그럼에도 아들의 그런 열정이 부럽다고 말해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들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가득 담겨있다.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소원 하나가 생겼다. 우스운 생각이지만 다음 생이 있다면 엘리오와 올리버처럼 서로가 서로가 되는 혼자서는 온전하지 못한 소울메이트를 첫눈에 알아보고 평생 잊을 수 없는 불같은 사랑을 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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