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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다

내게 남은 스물다섯 번의 계절 : 슈테판 세퍼의 소설

by 모모꽁 2025. 7. 10.
책과 함께 나의 인생 반려묘 꽁이


내게는 몇 번의 계절이 남아 있을까?
나에게 남아 있을 여름은 스물다섯 번 그 이상 혹은 그 이하 일테다.
태어나 나의 의식이 깨어 있는 동안 나를 둘러싼 많은 일상들이 나를 만들어 간다.
그 안에는 긍정도 부정도 늘 존재해 왔다.

화자는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주말이면 시골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곳에서도 그는 그의 일상을 다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별장 근처 호수에서 우연히 카를을 만나 그의 초대를 받았고 거절할 틈도 없이 카를과의 대화에 온전히 몰입되어 잊고 있던 그를 찾는 경험을 하게 된다.
카를과의 이틀에 걸친 24시간의 만남은 그에게 앞으로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인생에 있어 거부할 수 없는 이런 큰 선물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받을 수 있을까?

책의 초반부 카를의 화장실에 붙어 있는 글귀는 이 책을 읽는 누구나에게 큰 울림을 줄 것 같다.

“내가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다음 생에서는 실수를 더 많이 하고 싶다. “ - p. 27

지금도 난 가끔 정신 나간 상태로 많은 일을 심각하지 않게 여기고는 있지만 좀 더 그런 노력들이 나에게는 필요해 보인다.
그 글을 읽고 있으려니 얼마나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소설이지만 인생에 관한 철학이 가득한 책이다.
귀하고 소중한 글귀들이 너무 많아 책에 인덱스 스티커를 가득 붙여야 했다.
같은 감정을 느꼈지만 글로 옮긴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마음을 훔치는 훌륭한 문장들이 가득하다.

소설의 초반에 나오는 내용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었다.
관계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나에게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책의 내용에서 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한 시간을 그와 만남에서부터 그를 마지막으로 본 날까지 하루로 계산해 보니 꼬박 2주는 함께 했을까?
19,000여 일을 살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한 내 인생에 시간이 고작 2주라니.
내게는 참 슬픈 일이다.  

사람은 어떤 크나 큰 계기가 닥쳐야 마음과 행동에 동력이 생기나 보다.
어떤 운명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 갈림길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결국 내가 갈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어떤 길을 택하든 나에게 남은 시간은 정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양이 중요하기보다는  그 남은 시간들을 어떤 형태로 내가 보내야 할지가 더 중요하겠다.

가끔 처리해야 할 일들을 바라보며 ‘아… 이제 반만 남았어! 반만 더 하면 조금 여유롭겠다 ‘ 하고 바라본다.
마음이 한결 편해진다.
인생은 이런 것이 아닐까?
태어난 김에 살고 사는 김에 신나고 즐겁게 감사하게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인생을 바라봐 주는 것.

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면 종종 상상한다.
짧게는 몇 달 후 아니면 1년 후 이때쯤 나의 모습을.
가장 좋아하는 계절에 따듯한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뜨개질을 하는 모습.
이렇게 마음을 정화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진다.
좋은 아이디어도 떠 오른다.
어디든 좋으니 나의 마음 한구석에도 나만의 자리를 마련해 두어야겠다.

책을 읽으며 신기했던 점은 화자와 카를의 대화를 읽으며 수없이 많은 나의 관한 것들이 빠르게 뇌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지나간 노래들,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 즐거웠던 일들과 힘들었던 일들, 그리고 소중한 나의 사람들
그동안 지내온 나의 날들.
코끝이 점점 찡해졌다.

소설 번역서를 이렇게 재밌게 읽기도 오랜만인 듯하다.
내년(26년도)에 영화로 상영될 예정이라는 데 벌써 기대가 된다.
글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그러진 장면들이 실사가 되는 경험은 얼마나 흥미로운 일이 될까 기대가 된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에도
계속 떠오르던 한 문장이 있다.

“Follow your bliss.” — Joseph Campbell
나의 인생 명언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 문장을 따라 살아가려 한다.
조금은 서툴고, 실수도 많겠지만
그 모든 계절이 나에게는 특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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