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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읽다

BIRTHDAY GIRL :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생일에 관하여

by 모모꽁 2025. 7. 5.
’버스데이 걸‘ 표지 그리고 나의 생일을 위한 선물

버스데이 걸 : 그녀의 스무 살 생일날.


어쩌면 늘 별다를 것 없었던 일 년에 한 번뿐인 그녀의 날.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그녀가 일하던 식당의 사장의 식사를 전달하는 중 사장을 만나게 됐고 백발노인 사장은 생일을 맞이한 그녀에게 소원을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
그녀의 소원은 구체적으로 언급은 되지 않았으나 눈에 보이는 것도 당장 그녀의 삶이 달라지는 그런 소원은 아닌 듯하다.
화자는 그녀에게 묻는다.
그 소원이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것을 선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는지.
그녀는 그에게 답한다.
소원은 아직 진행형이며 결혼을 했고 아이가 있는 평범한 일상(그녀 입장에서)을 보내고 있으니 그녀 입장에서는 후회되는 소원은 아닌 듯 보인다.

그림이 반이고 활자가 있는 페이지수가 적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 버스데이 걸‘

책장에 고이 모셔놓고 눈으로만 보다 나의 생일날이 되어 꺼내어 읽어본다.
나의 스무 살 생일은 무엇을 하며 보냈을까?
사실 기억이 없다.
아마도 그 시절 절친들의 생일이 모조리 7월이고 나의 생일이 가장 빠르다 보니 그날에 맞춰 함께 명동으로 출동하지 않았을까 싶다.

노인 사장은 스무 살 생일을 맞이한 그녀에게 이야기한다.

“자네의 인생이 보람 있는 풍성한 것이 되기를. 어떤 것도 거기에 어두운 그림자를 떨구는 일이 없기를” - p.34

어떤 것도 거기에 어두운 그림자를 떨구는 일이 없기를… 마음이 울렁인다.
하루키는 작가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이를 먹는다든가 먹지 않는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생일이라는 것은 당신에게 일 년에 딱 한 번밖에 없는 정말로 특별한 날이니까 이건 좀 더 소중하게 여겨야지요. 그리고 유례를 찾기 힘든 그 공평함을 축복해야지요.” - p. 62

나의 생일에 관하여

최근 몇 년 전부터 모든 곳에서 나의 생일 알림을 꺼둔 상태다.
그리고 더불어 몇 년간은 지인들의 생일을 열심히도 챙겼다.
그들이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리기 위해서였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 어떤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표현이 서툰 나에게 그들의 생일만큼 표현하기 좋은 날은 또 없을 것이기에 이렇게 나의 마음을 담아 표현해 본다.

스무 살 생일은 기억에 없지만 어린 시절 생일날이 기억난다.
아마도 유일무의 한국에만 존재하는 두 개의 생일날.
양력과 음력생일
사 남매 중 엄마는 장남과 막내인 내 생일만  챙기셨다.
한 번은 나의 음력생일을 잘못 기억하시고 생일상을 차리셨다가 나의 타박을 얼마나 들으셔야 했는지.
그 시절만 해도 노산이었던 엄마는 어렵게 날 낳으셨는데 당신에게는 힘들었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나에게 들을 이야기는 아니었다.
엄마가 되고 보니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도 하루키의 생일처럼 나에게 평소 엄두가 나지 않는 그래서 나에게는 특별한 생일선물을 했다.
사실 반백년 넘게 살다 보니 누군가에게 생일 축하를 받는 일이 부끄럽게 느껴져 축하를 받는 해에는 어디론가 살아지고 싶은 심정이 컸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마음을 바꿔 보리라.
모두에게 한없이 공평한 그리고 나에게 일 년에 딱 한번뿐인 이 특별한 날. 바로 오늘 나의 생일을 진심을 담아 자축해 본다.

1973년 7월 5일 태어나 2025년 7월 5일 18,993일을 살아온 너.
앞으로도 지금만큼만 애쓰며 부지런히 최선을 다해 나의 아버지와 엄마께 누가 되지 않을 그리고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보자.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디까지 가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는 것이구나,라는 것. 단지 그것뿐이야” - p. 57

저마다의 존재의 가치로 자신만이라도 자신의 그 소중한 날을 잊지 말고 기억하며 소소하게나마 작은 선물을 해 보기로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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